프로젝트 설명

“그 달항아리 안에 일일이 선을 그었는데 그건 도자기의 빙열을 표현한 것이 아니고 만났다 헤어지고 어딘가에서 다시 만나는 우리의 인생길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내 그림의 제목은 ‘Karma’다. 우리의 삶은 우리가 의도한 데로만 가지 않고 어떤 운명 같은 것이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나는 그 운명, 업, 연(緣)을 선으로 표현했다. 그 선을 긋는 지루하고 긴 시간들이 나의 연을 생각하는 시간들이었다.”

“그것은 우리의 인생길이다. 도자기의 빙열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갈라지면서 이어지고, 끊겼다 어딘가에서 다시 만나는 선처럼 우리의 인생도 만났다 헤어지고 비슷한 듯 하며 다르고, 다른 듯 하면서도 하나로 아우러진다.”

“내 그림을 보는 사람들이 내 그림 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떠 올리고 그 자신 속에 얽혀있는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기를(소통) 나는 바라고 있는 것이다.”

최영욱이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대부분의 한국 단색화(Dansaekhwa) 작가들이 그런 것처럼 일종의 수행과도 같다. 그렇지 않고서는 캔버스에 유백색 혹은 다양한 뉘앙스의 흰색으로 여러 번에 걸쳐 바탕을 칠하고, 그렇게 조성된 바탕 위에 약간 도드라지게 달항아리의 형태를 만든 다음, 그 안에 무수한 실선을 그어 빙열을 표현하는 그 지난한 행위를 해명할 방법이 없다. 그의 작화 행위는 구도의 몸짓이면서 궁극적으로는 자기 해방의 몸부림이다. 그것은 어떤 극점을 향해 나아가는 해탈의 몸짓이다. 그러나 그것은 종교가 아니라 예술이라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며 보다 인간적이다. 그가 그림에 투여하는 도저한 시간과 화면을 마주할 때 직면하는 갖가지 상념들은 그의 행위가 종교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적인 것임을 말해 준다.

미술평론가 윤진섭